인천학원안전공제회 사무국장,

법학박사 정환웅 시인


눈부시게 화사한 날

정환웅 시

1.
꽃에게 계절을 묻는다.
언 땅
빈 가지 위에 눈꽃 피던 날 그 언제련가?
다사로운 날
고운 빛으로 다가온 그대
당신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2.
꽃에게 사랑을 묻는다.
미움
무관심 속에 허기 지던 날 그 언제던가?
아지랭이 피는 날
설렘으로 다가온 그대
당신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3.
봄
차가운 당신의 각성이 없었다면
나 어찌 사랑으로 곱게 필 수 있었을까요?

겨울
따스한 그대의 포옹이 없었다면
나 어찌 동상 (冬傷) 에서 온전히 나을 수 있었을까요?

겨울과 봄
우린 언제나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린 서로 그리워하지요.
우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와로운 이들.

겨울, 그대가 없었다면
나 꽃으로 필 수 있었을까요?
겨울, 당신의 정겨운 혹독함이 없었다면
나 여자로 사랑 받을 수 있었을까요?

4.
꽃에게 꽃을 묻는다.
죽음
허무 속에서 생명을 피우는 날 그 언제련가?
당신의 몸 속 그 어디에
꼭꼭 숨겨 놓았다가
고운 화사함으로 오늘 내게 오신 건가요?

5.
꽃에게 빛을 묻는다.
잿빛
남자가 우는 계절을 밀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빛으로
하늘에서 내려 오신 당신
연분홍빛, 자줏빛
은빛, 옥빛, 노란빛
사랑 받는 여인의 빛은 정녕 무슨 빛인가요?

2014. 04. 03

02시 05분

꽃 멀미에 울렁거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