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공동 대표가 신문 지상이나 TV에 나란히 나오는 모습을 최근 많이 볼수 있다. 그런 다정한 형제가 있을까 할 정도다. 각기 다른 성향의 사람이 이렇게 단짝처럼 보이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 통합 때문이다.

그 모습이 좋아 보이기는 하나 언제 까지 계속될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요즘 새정치연합의 내부 사정을 들여다 보면 심상치 않다. 소위 기초선거 무공천과 관련한 의견 불 일치로 당내가 뒤숭숭 하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이나 안철수 공동 대표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그는 무공천 관철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나 번번히 툇자를 맞고 있다. 대통령과의 면담 요구도 수포로 돌아 갔다.

소신있는 그의 정치 행위가 가상하나 현실 정치와 동떨어진 것 같아 안쓰럽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는 무공천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돌아가는 정치 상황에 마이 웨이를 고집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왜 낡은 세력이라고 규정한 옛 민주당과 손을 잡았을까. 지금 보면 그것이 잘못이다. 그는 기득권 정치 구조를 깨기 위해 독자 정당을 만들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그러면서 지방 선거에서 완주하겠다고 까지 공언 했다. 그랬던 그는 국민과의 약속도 여러차례 지키지 않았다. 이제 와서 마이웨이를 고집한들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삼국지 첫 머리에 합구필분(合久 必分), 분구 필합(分久必合)이라는 말이 나온다. ‘합친지 오래 되면 나뉘고 나뉜지 오래 되면 합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인용하면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통합 된지 이제 겨우 한달여 남짓하나 새정치연합의 뒤숭숭한 현재 모습과 안철수 공동 대표의 인식을 보면 불길한 예감이 든다.

통합의 고리였던 기초 공천이 무너져 통합의 의미가 퇴색 됐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안철수 신당의 통합 명분이었다. 그러나 그 명분이 허공에 날아감으로써 안철수의 존립도 정치 입지도 크게 좁아 졌다.

통합전의 민주당 내부의 통합 의견도 조율하지 못하고 통합부터 한것이 이런 결과를 빚었다. 새정치연합은 무공천으로 인한 한동안 홍역을 치르다 뒤늦게 기초선거 무공천 여부를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뒷북 해결책이란 비난이 거세다. 이로써 통합의 고리였던 무공천은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 졌다.

6.4지방 선거가 이제 50여일밖에 안 남았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6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 어느때 보다 후보 난립이 예상돼 후보 선택도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중요 한 것은 비리 후보는 배척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비리등으로 지역에서 뽑힌 일꾼들이 수없이 사법 처리되는 경우를 봐 왔다. 이로 인해 선거를 다시 하는 곳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면 어떤 지도자 뽑아야 하나. 답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둘만의 하나라도 갗춘 후보면 괜찮을 듯싶다.

첫째는 우리 살림 살이를 좋게 해 줄수 있는 성실한 사람이다. 둘째는 눈물을 이해 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이런 사람이 지도자로 뽑히면 한결 사회는 인정이 넘치고 풍요로워 질 것으로 확신 한다.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면 부메랑이 돼 내가 되레 피해자가 된다. 한 예를 보자. 작년 5월 영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처음엔 잘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웃음꼴이 된 대회가 됐다.

이 대회에서 42.195km의 마라톤 정규 코스를 완주한 선수는 단 한명 밖에 없다. 나머지 참가자 5000여명의 선수들은 모두 실격됐다. 마라톤 사상 전무 후무한 일 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1등 선수와 2등 선수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코스 안내 지도자가 2등부터 코스 안내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엉뚱한 코스로 달린 선수들은 모조리 실격 되는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 1등은 정규 코스를 달렸으나 2등부터는 모두 앞 선수만 보고 달려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들 선수들은 규정( 42.195km) 보다 264m가 모자란 코스를 달린 것이다. 마라톤 조직위는 안내 지도자의 잘못을 인정하고 선수 전원에게 사과 하고 다음 대회에 출전하면 출전비 25%를 깍아 주겠다고 발표 했으나 사태는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특히 이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쏟아온 노력과 준비가 한순간 무너지는 억울함에 선수들은 분노를 터뜨렸으나 어찌 할수 없었다.

이 사건은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 한지를 새삼 보여준 것이었다. 이처럼 지도자 한 사람의 잘못이 우리에게 모두에게 돌아 온다는 사실이다. 뒤따라 가는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없으나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이유만으로 비참한 결과를 맛봐야 했다.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사례의 전형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비뚤어진 지도자는 배제 해야 한다.

어니스트 섀클턴은 지도자가 갗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모험가인 그는 남극 정복을 꿈꾸고 정복 지원자 5000명중에 27명을 선발해 남극 정복에 나섰다(1909년). 두 번이나 남극 정복에 실패 했던 그는 이번만은 꼭 성공 하리라 다짐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또 실패했다. 그는 그후 들려 주는 실패담은 우리에 큰 감동을 준다. 남극 정복을 위해 그는 27명의 대원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바다를 향했다. 그런데 항해중 바다위를 떠다니는 얼음속에 갇혀 배가 꼼짝 할수도 없었다.

식량은 떨어지고 영하 70도를 오르 내리는 강추위속에 대원들의 인내력도 거의 한계에 달했다. 이에 섀클턴은 구조 요청 하기 위해 대원 3명과 함께 지금 있는 곳에서 1000km나 떨어진 출발지 사우스조지아 섬 기지(출발지)까지 가기로 했다.

길이 6.6m에 불과한 작은 보트를 타고 1000km나 떨어진 곳에 간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모두들 불가능한 일이라 했으나 섀클턴은 강행 했다. 남은 22명의 대원들은 새클턴이 돌아 올 때까지 바다 표범과 펭귄을 잡아 먹으며 허기를 달래면서 혹독한 추위와 싸웠다.

그러느라 발이 얼어 썩어 들어 갔지만 버텼다. 그들은 섀클턴 대장이 반드시 돌아 올것이라 믿고 힘든 나날을 보냈다.

섀클턴 일행은 1280km의 드레이크 해협을 통과 하고 도끼 한 자루와 로프에 의지해 마지막 고비인 해발 3000m의 얼음산을 넘어 간신히 기지에 도착 했다. 조난 당한지 634일 만 이었다.

조난 소식을 접한 칠레 정부는 구조함을 급파해 얼음 속에 꽁꽁 갇혀 있던 대원들을 한사람의 희생자 없이 전원 구조 하는데 성공 했다. 섀클턴은 뛰어난 지도자 였다. 포기하려는 사람을 다독이고 용기를 주면서 앞장서 솔선 수범으로 대원을 이끌었다.

한마디로 책임감이 강했다. 그의 희생적인 정신이 전 대원을 죽음 직전에서 살려 냈다.

구약 사무엘 11장 6~7절에 나오는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눈물을 이해한 사울왕의 선처로 살아난 사람들이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슬픈 역사는 리더가 갗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들의 불행은 불의를 응징하자는 이웃의 요구를 외면하고 침묵한 탓이 원인 이었다. 그들은 이스라엘 12지파중의 한 종적이었으나 사건은 12지파중의 베냐민 지파 불량배들이 지나 가던 레위인 부부를 폭행하고 무참히 살해함으로써 발단이 됐다.

이에 분노한 레위인들은 사건을 일으킨 베냐민 지파 지도층에 강력히 항의 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 했으나 그들은 거절 했다. 화가 치민 레위인들은 다른 10지파의 호응을 이끌어 내 베냐민 지파를 응징키로 결의 했다.

그러나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이를 외면하고 응징에 참여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침묵으로 일관 했다. 이에 레위 지파등 10개 지파 사람들은 길르앗 사람들을 괴씸하게 여겨 일제히 공격해 몰살 직전까지 몰아 부쳤다.

길르앗 사람들은 동참하지 않은 죄 밖에 없었으나 그로 인해 입은 피해는 엄청났다. 정말 나쁜 쪽은 베냐민 지파인데 우리가 왜 당해야 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이후도 길르앗 사람들은 비극을 또 당해야 했다.

그것은 이웃 나라인 암몬왕 나하스의 협박이었다. 나하스는 길르앗 야베스가 약해진 형편을 틈타 길르앗 야베스를 침략해 그들을 인간 노예로 만들려고 했다. 이를 안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암몬왕에게 조공등 어떤 요구도 들어 줄테니 제발 살려만 달라고 애원 했다.

그러나 암몬왕은 한술 더 떠 너희들 나라 남자들의 오른쪽 눈을 뽑아 주면 살려 주겠다고 윽박 질렀다. 청천벽력 같은 암몬왕의 요구에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앞이 캄캄 했다. 깊은 시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뽑아 달라고 하는 것은 전투력을 잃게 하고 노예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노예는 한쪽 눈으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암몬왕의 이 요구에 거의 포기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암몬왕에게 1주일의 기간을 주면 그 후에 오른쪽 눈을 뽑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이 7일간이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될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 기간에 자신들을 구해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남자들의 오른쪽 눈을 빼서 바치고 그들의 노예가 돼야 한다. 그래서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궁여지책 끝에 전령을 사울왕에게 보내 도움을 요청키로 했다.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사울왕이 자신들의 요청을 들어 줄지는 의문이었다. 왕으로서 아직 각 지파를 장악할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울왕은 길르앗 야베스 사람과 원한 관계에 있는 베냐민 지파 사람이다.

잘못 되면 더 큰 위기를 당할수도 있다. 그런데다 사울왕이 있는 곳까지는 70km 나 떨어져 있는 먼 거리다. 당시의 이 거리는 지금의 개념과 달라 엄청난 거리에 속한다. 빨리 걸어도 이틀 거리이다.

사울왕이 도움을 준다 해도 이 기간내에 군대를 동원하고 출병은 불가능하다. 정말 절망 그 자체다. 그런데 이때에 기적 같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길르앗 야베스 전령들이 사울왕이 사는 기브아에 이르러 자신들의 억울한 일을 말하자 백성들이 소리를 높혀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사울왕은 이 울음 소리에 놀래 전령을 불러 자초지종을 묻고 분노가 크게 치 밀었다. 사울왕의 분노는 거룩한 분노였다.

사울은 즉시 소를 잡아서 토막을 내어 각 지파에 보냈다. 그리고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않으면 너희 가진 소들도 이와 같이 하겠다” 선언했다. 그러자 각 지파 사람들은 저마다 군대를 보내 대군이 이뤄졌다.

사울은 이 군대를 이끌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암몬으로 향해 달렸다. 7일 기간이 다 돼자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암몬왕을 찾아가 내일까지 눈을 빼러 가겠으니 기다려 달라고 안심 시켰다.

그리고 그날 새벽 미명을 틈타 일제히 공격해 암몬 군대를 쳐부수고 대승을 거뒀다. 암몬군이 모두 흩어져 두명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눈물을 본 사울왕의 결단이 죽음 직전의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구 했다.

사울왕이 백성들의 눈물을 외면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울왕은 그후 불레셋과의 전투에서 포로로 잡히자 자살 했다. 그가 죽자 불레셋은 그의 시체를 성벽에 못 박고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보이며 거드름을 피웠다.

그리고 사울왕의 시체에는 손도 못 되게 했다. 이러자 이스라엘 사람 어느 누구도 그의 시체를 거둘 생각을 못 했다.

그러나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그의 시체를 몰래 훔쳐내 장사를 지내 주고 7일간 금식 까지 했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인 사례들을 보고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우리 지방 살림을 맡을 6.4지방 선거는 중요 하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