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논설위원. 

오래전 모 방송에서 방영한 휴전선 수복지구 주민과의 대담 중에 한 주민으로부터 ‘구찌비끼’란 말을 들었다.

내용인즉, 6,25전쟁 중에 휴전이 되면서 자기들의 고향이 미 수복지구로 확정돼 수복이 불가능해져 당국의 배려로 휴전선 근처 수복지역에 공동주택을 건립하여 해당주민에게 추첨 분양하는 과정에 한데서 나온 말 같았다.

당시 주택수요자는 많은데 공급물량이 모자라 제비뽑기를 하여 당첨자에게 분양했던 모양인데 이를 가리켜 ‘구찌비끼’를 하여 당첨자들에게만 분양했다는 이야기였다.

‘구찌비끼’란 이야기 참 오랜만에 들어봤다. 이는 일본말의 ‘구지비끼(くじびき: 籤引き)에서 나온 말인데 이에 된 발음을 붙여 ’구찌비끼‘라 발음한 것 이다.

이는 우리말의 ‘제비뽑기’이다. 이 방식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릴 때 하는 방식이다. 흔히들 상(賞)을 정할 때나 물건은 한정돼있는데 수요자가 많을 때 하는 방식이다.

‘구지비끼‘란 말은 왜정말엽 전쟁으로 모든 물자가 귀해 배급제(配給制)를 시행했을 때 갖고자하는 이는 많은데 물자가 모자라 제비뽑기를 하여 당첨된 사람에게만 배급(配給)하던 제도였다.

필자의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본다. 그때는 생활필수품이 모자라 모든 생필품의 배급 권을 애국반장(愛國班長:지금의 반장)집으로 내보내 전 반원을 소집해놓고 ‘구지비끼’방식으로 나누어 주었었다.

당시의 배급 품목은 고무신, 광목, 고기, 생선, 설탕, 식용유 등등 기타 잡다한 생활필수품 이었는데 수량도 제한돼 1개 반에 1~2개정도를 넘지 못했었다.

이제도는 한국 사람들에게만 적용시켰을 뿐 일본사람들에겐 특혜를 주어 구애를 받지 않았고 오히려 잉여물품은 ‘뒷거래’시장인 소위 ‘야미(やみ:闇)시장‘에 내다팔아 이익을 챙겼었다.

생필품이 부족한 한국인은 웃돈을 주고 소위 ‘야미시장’에서 물건을 구해 생활에 보태 썼으니 그 고초는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들었었다.

배급제는 학교에서 까지 적용시켜 한국인 학교에 1개 학급에 학생복 1~2벌, 운동화 1~2켤레를 배당해 소위 ‘구지비끼’를 시켜 당첨자에게 배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기에서 탈락된 학생들은 헌 누더기 옷이나 한복을 입고 나막신을 신어야했었다.

여기에서도 일본인 학생들은 배급제한을 받지 않아 언제나 단정한 교복에 운동화를 신고 다녔었다. 지금생각하면 일본사람들이 치가 떨린다. 고로 그들을 가까이 하고 싶지 않고 일본말은 더더욱 사용하고 싶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