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울부짖고 싶은 4월이다. 꿈에도 기억하기 싫은 4월이다. 그러나 어쩌랴. 해마다 찾아오는 4월을. 온 나라는 지금 큰 슬픔에 빠겨 있다. 울음의 도가니에 갇혀 있다. 정녕 4월은 잔인한 달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6825t)가 침몰해 고등학생등 30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 됐다. 돌이켜 보면 1960년도의 4.19 학생 의거도 이달에 일어났다.

오죽하면 전 세계 국가 정상들이 앞 다퉈 위로 전문을 보내 오겠는가.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 오바마 대통령, 중국 시진핀 주석,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 라마, 러시아, 영국 등50여개국에 이른다. 서먹한 관계의 일본 아베 총리도 위로 전문을 보내 왔다.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의 대형 사고를 겪었다. 서해훼리호사고1993년)를 비롯해 서울 성수대교 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공사장 폭발 (1995년) 올해 2월에는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체육관 붕괴 사고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번 세월호 사고는 현재 배움에 길에 있는 고교생 200여명이 참변을 당했다는 점에 세계인을 안타 깝게 하고 있다. 그러나 전해지는 소식은 절망뿐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과 전 국민의 애만 태우고 있다. 우리는 21년전 서해 훼리 사고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피해자는 낚시를 하러 가던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피해자는 세월호 사고에 약간 못 미치나 배 크기로 보면 엄청난 피해였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와 서해 훼리호 사고가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이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또 4년전 발생한 천안함 사고때 와도 같다. 세 사고 모두 판박이다.

서해 훼리호는 운항 키를 휴가를 간 항해사 대신에 갑판장이 잡았고 세월호는 휴가간 선장 대신에 대타인 선장 이준석씨(69 구속)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이 선장은 키를 초짜인 박한결 여자 3등 항해사(26.구속) 에게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침실에서 쉬고 있었다. 3등 항해사 박씨는 맹골수로를 거쳐 인천에서 제주간의 항로 운항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험로인 맹골 수로를 지나는 대형 크루즈 선에 경험이 없는 초짜에게 키를 맡길수 있는가. 어쩌면 예견된 사고라 할수 있다. 수사 당국은 이 점의 적법성 여부를 수사할 필요가 있다.

초짜가 물살이 빠른 맹골수로에서의 급회전 시도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화물과 승선인원의 심한 쏠림현상을 빚어 배가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 훼리호도 물살이 거센 지역에서 갑판장이 급 선회를 시도 하다 화물과 사람이 한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배가 침몰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배의 총톤수가 유일할 뿐이다. 훼리호가 110톤인데 비해 세월호는 이보다 무려 670배가 넘는 6725톤의 대형 크루즈선이다.

이밖에도 승선자가 들쭉 날쭉해 혼선을 빚었고 정량을 초과한 화물 과적도 비슷했다. 새월호 선장 이준석씨는 안전 점검표에 차량 150대 화물 657t을 실었다고 운항관리과에 보고 하고 실제는 차량 180대 화물1157t , 50t짜리 트레일러 3대등을 실었다.

안전검사가 끝난 뒤에도 안개로 출항이 늦어지자 추가로 카니발 승용차 15대를 더 실었다. 특히 화물 배치를 잘못해 복원력을 잃케 한 큰 원인이 됐다. 50t 트레일러 3대중 2대를 왼쪽 다른 1대를 오른쪽에 실어 무게 중심을 잃게 했다.

컨테이너 화물은 움직이지 않도록 쇠줄로 묶어야 하나 일반 밧줄로 묶었다. 승선자수에서만 정원 921명에 476명이 타 미달이었을분 그 대신 화물을 초과 적재해 전체적으로 과적이었다.

이번 사고는 당시 페리호 사고와 천안함 사고를 거울로 삼아 과감히 시정 했다면 사고를 예방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고 후 허둥대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피해를 오히려 키웠다.

매뉴얼도 없이 혼선을 거듭 하는 사이 꽃다운 생명들은 하나 둘 숨져 갔고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격앙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수습은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런데도 현장을 잘 알지도 못하는 안전 행정부 장관을 수습책으로 했다가 해경청장에 이어 정홍원국무 총리가 맡는 곡절을 겪었다.

이러느라 분초를 다투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 그 사이 바닷속의 어린 생명들은 죽어 갔다. 낭비 시간이 무려 59시간이 된다, 정말 아연 할 따름이다.

그러고도 해경과 해양수산부, 중앙 대책위의 일처리가 중구난방이어서 혼란이 계속됐다.

국무총리 같은 직위 높은 사람이 책임을 맡으면 모양새는 좋아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고의 신속 처리에는 보고등 번거로운 절차가 따라야 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 질수 있다.

현장에 어두운 국무총리도 현장을 아는 사람으로 부터 현장 상황을 들어야 하고 그런 뒤 대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직책 높은 사람은 현장의 요구를 잘 수렴해 일 할수 있는 분위기와 지원을 해 주면 되는 것이다. 육지 사고와 달리 바다 사고는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9.11 테러 사태 때의 기억을 되 돌아 보자.

이 사고로 사망자 실종자는 4000여명을 육박하는 대형 사건이었으나 현장 수습 총괄은 9급 지방공무원이 맡아 처리 했다. 현장 구조는 무역센터 관리 소장이 진두 지휘해 수습 했다. 이들은 모두 하급 공무원들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와 크게 다르다. 대형 사고 사건이 터지면 으레 높은 사람이 수습 책임자가 되어 사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그러나 도움이 되기는 커녕 때로는 방해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무턱대고 높은 사람을 책임자로 하는 것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세월호 사고시에도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한때는 10개에 가까운 대책본부가 마련돼 저마다 사망자 현황 및 구조 상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어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번 기회에 이런 현상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유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청와대로 가자며 항의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월호의 부실은 또 있다. 선내에 비치된 구명벌은 46개이나 이중 1개만 펴지고 나머지는 펴지지 않아 무용 지물이었다. 관리 허술의 극치였다. 국내 여객선의 안전은 해경 책임지고 있다.

해경은 2달전에 세월호에 대한 특별 안전 점검에서 선내 침수방지 장치등 문제점 5개를 적발 했으나 “모두 조치 했다”는 청해진해운측의 말만 믿고 재 점검을 하지 않았다.

침몰시 자동으로 작동해야 할 구명벌이 제대로 작동되는지도 점검 과정에서 그대로 넘어 갔다. 구명벌 부실 점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런 판국에 안전행정부 감사관 송영철국장은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와 회의후 사망자 명단이 적힌 상황판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유족들의 반발을 사 결국 해임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 졌다.

요즘 인양되는 시신들은 대부분이 구명 조끼를 입은채 발견 되고 있다. 선장이 조기 퇴선 명령만 내렸다면 구명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구출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준석선장은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은채 가장 먼저 탈출하는 비겁함을 보여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와 직업 윤리마저도 내 팽개쳤다.

박대통령은 사고가 나기 9일전인 17일 수석 비서관회의에서 재난유형별로 3000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지적했다. 이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아무리 상세하고 좋은 매뉴얼이라도 담당자들이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 가지 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예감한듯 박대통령은 재난유형별 매뉴얼을 구체화 하도록 강조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 수습 과정을 보면 매뉴얼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쇠귀에 경 읽기 였다고 밖에 볼수 없다.

선진국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재난대처 메뉴얼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상황에서 구현 할수 있도록 철저한 훈련과 점검을 반복한다.

윤연 전 해군 작전 사령관의 이에 대한 경험담은 새겨 들을 만 하다. 2년전 그는 지중해 크루즈 항해를 위해 ‘루이스크리스털’를 탄적이 있다. 그런데 배가 항구를 출항한후 3000여명의 승객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조난시를 대비한 퇴선 탈출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자신의 침실에 배치된 구명 재킷을 입고 이동 통로를 확인 하며 자신이 사용할 구명정을 확인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불평 않고 질서 있게 훈련에 임하는 과정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면 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세월호에도 이런 과정이 없지 않겠으나 문제는 실천을 안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출항전 이 과정을 지키도록 강제성을 띨 요가 있다.

위기관리 메뉴얼은 있으나 이를 작동시킬 수 없다면 무용 지물이나 마찬가지다. 경제 10위권의 격에 맞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가 요구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국민안전’ ‘부처협업’‘투명정부 공개’의 정부 3.0을 국정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행정 안전부를 안전 행정부로 바꾸고 ‘중앙재난 안전 대책부’라는 조직도 갗추 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중앙재난 대책본부의 대처 능력은 실망 그 자체였고 협업은 커녕 혼선만 가중 됐다. 선박사고 대응을 위해 마련한 9가지 지침도 실제에 있서는 있으나 마나 였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실낱같은 희망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사그라져 가고 있다.

사고지인 경기 안산시와 진도 팽목항은 실종자 가족들의 통곡 소리로 연일 메아리지고 있다. 하나 둘 장례도 치뤼지고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 오지 못할 아이들을 생각하면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할 부모들의 심정은 기가 막힐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지금 전 국민은 연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불의 사고로 이 땅에서 피우지 못한 그들의 꽃망울을 하늘 나라에서만은 활짝 피워주기를 기원해 마지 않는다. 명복을 빈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