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논설실장.  

12.12 사태와 5.18 사태 주동자 10명이 그동안 못 받은 군인 연금을 달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지난 1월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최근 밝혀 졌다. 세 번째 소송이고 한번은 민원을 제기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들은 분노에 앞서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독설가는 낯짝이 두꺼워도 보통 두꺼운게 아니라며 울분을 토했다. 12.12 사태는 무엇인가.

35년전인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등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군부내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하극상이다.

이로인해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 없이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육군참모총장등이 체포됐고 자신들에 동조 하지 않은 군 수뇌부가 줄줄이 연행 됐다. 발단은 이해 10월 26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시해된 사건으로 비롯 됐다.

대통령 시해 합동 수사본부장을 맡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정승화 참모총장이 김재규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10.26사건에 소극적이고 비 협조적임을 내 세워 정승화를 강제 연행 하기로 계획 했다.

전두환은 이에 따라 11월 중순 당시 하나회(김영삼정부때 와해) 회원인 유학성 국방부 군수차관보를 비롯한 황영시 1군단장,차규헌 수도군단장, 노태우 9사단장등과 모의하고 12월 12일을 거사일로 결정한뒤 보안사 이학봉 대공처장과 허삼수 보안사 인사처장, 우경원 육군본부 범죄수사단장에게 정승화 연행 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허화평 보안사 비서 실장은 이 계획에 따라 정 총장의 연행을 반대할 가능성이 큰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 김진기 육군본부 헌병감등을 12일 저녁 연희동 요정에 초청해 화려한 연회를 베풀었다.

이들 사령관의 부대 병력을 무력화 시키기 일종의 위계 전략이였다. 허화평이 이들과 연회하는 사이 허삼수,우경원등 보안사 수사관과 수도 경비사령부 33헌병대 병력 50명은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에 난입해 총격전을 벌여 정승화 참모총장을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강제 연행 했다.

정병주 특전 사령관과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연회중 이 사실을 전해 들었으나 박희도준장과 장기오준장이 이끄는 1, 5 공수여단병력이 이미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점령된 뒤였다. 귀대해 정병주사령관과 장태완사령관이 이건영 3군사령관등과 함께 저항했으나 역부족이다.

한편 최세창사령관의 3공수여단과 노태우 소장이 이끄는 9사단 29연대 병력은 당시 중앙청(광화문) 앞에 집결 했다.

박희도준장의 1공수여단은 행주 대교에 있던 30사단 병력을 무력화 시킨뒤 곧 바로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난입해 경비중인 국방부 50헌병대 소속 정선엽병장을 사살하고 군 수뇌부를 체포 했다.

최세창준장의 3공수여단은 특전 사령부의 정병주 사령관의 비서실장인 김오랑 소령을 사살하고 특전 사령부를 완전히 장악 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 없이 치밀하게 이뤄졌다. 전두환은 정승화 총장의 연행을 합리화 하기 위해 최규하 대통령으로 부터 사후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최대통령은 국방장관이 있어야 재가 할수 있다며 거부 했다,

그러자 전두환은 국방부 청내를 샅샅이 수색해 계단밑에 숨어 있던 노재현 국방장관을 체포해 그를 통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12.12 사태는 전두환과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임때인 1993년 까지는 집권 세력에 의해 정당화 됐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12. 12사태가 하극상에 의한 쿠데타 사건으로 규정돼 사법부의 재판이 시작 됐다.

이게 12.12사태의 개괄적인 전말이다. 이 사태는 그후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무력 진압 사태로 번져 수많은 광주 시민이 살상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공수 특전사령관인 정호영은 5.18이 발생하자 휘하 3, 7, 11공수 여단을 광주에 파견 시켰으며 최세창 3공수 여단장은 병력을 끌고 광주로 내려가 시민을 상대로 발포하는등 살인을 저질렀다.

또 황영시 육군 참모총장은 “탱크로 밀어버려라‘ 고 지시하는등 “저항하는 시위대는 죽여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다. 이밖에 장세동 허화평 허삼수 측근 삼인방 신군부 세력은 광주 진압을 목적으로 긴급 회의를 갖고 병력을 움직이는 핵심 역할을 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은 12.12 사태가 신군부의 정권 장악 음모라며 이에 대항해 일어난 광주시민들의 자발적인 항쟁 이었다.

전두환등 신군부 세력은 12,12사태와 광주 항쟁 무력 진압 사건등과 관련해 대법원은 1997년 4월 30일 이들에 군사 반란모의와 내란 혐의등으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심의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에서 15년으로 감형했다. 그 외는 3년6월과 10년사이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다.

대법원은 선고 판결과 함께 전두환 노태우등 신군부 세력 15명에 대해 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그동안 지급한 군인연금을 모두 환수하도록 조치 했다.

그러나 이들은 선고를 받은지 1년도 못돼 모두 특별 사면으로 풀려 났다. 그동안 이들에 지급한 군인연금은 1000억원에 이르렀다,

석방되자 이들중 황영시, 최세창, 차규헌, 이학봉, 허화평, 허삼수등 신군부 인사들은 환수 당한 군인연금을 되돌려 달라고 서울고법에 소송을 제기 했다. 이 재판에서 승소(1999년 5월 19일)해 이들은 6억 6000만원의 연금을 돌려 받았다.

재판부는 황영기와 차규현 이학봉에게 일부 승소판결하고 허삼수와 허화평에게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전역과 함께 군인연금을 일시불로 받은 최세창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에 따라 황영시는 2억1000여만원, 차규헌은 1억3000여만원, 이학봉은 4300여만원, 허화평은 1억3100여만원, 허삼수는 1억4900여만원의 퇴직금을 돌려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의 군퇴직 싯점이 82년~88년 이므로 1994년 개정된 군인연금법을 근거로 해 이들이 그 이전에 받은 연금을 환수한 것은 소급 적용 제한 규정에 따라 잘못 됐다고 판단 했다.

이후 소송은 잇달았다. 2003년 2월에 정호영 최세창이 국가를 상대로 연금지급거부 취소 소송을 냈고 그해 7월에는 장세동 허화평 허삼수가 공무원 연금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 했다 그러나 모두 패소 했다.

장세동 허화평 허삼수는 소장에서 ”군사반란에 가담 했다는 이유로 군인연금을 지급을 중단한 것은 부당하다“며 ”살인죄를 저질러도 50%의 연금이 지급되는 규정에 비춰볼 때 연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은 건 지나치게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군인 관련 조항을 내세워 50% 감액 운운하는 것은 일반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내란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 했다.

그러나 잇단 패소에도 이들은 지난 1월 그동안 받지 못한 연금 지급을 요구 하며 또 서울 행정 법원에 연금지급 거부 취소 소송을 냈다. 소송을 낸 사람은 정호영 전 국방장관, 최세창 전 국방장관, 황영시 전 육군 참모총장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장기오 전 육군교육사령관, 장세동 전 3공수 특전여단장, 허화평 전 보안사비서실장 ,허삼수 전 보안사인사처장, 이학봉 전 보안사처장, 신윤희 전 육군헌병감등 10명이다.

이들은 연급 지급 요구와 함께 군인 연금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 심판재청도 재판부에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내달 13일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소송이 승소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모른다.

이들 소송에 대해 새정치민주 연합은 브리핑을 통해 ”후안무치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전두환 일당은 평생 속죄해도 그 죗값을 못 갚을 텐데 이제는 국민의 세금 까지 탐하는 너무나 뻔뻔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개탄 했다.

이들 신군부 세력은 2013년 11월 국방부에 밀린 연금을 달라는 민원을 신청한 적도 있다. 국방부는 이때도 연금을 지급 할수 없다고 거부 했다.

군인연금법 제33조 제2항에 내란죄와 군 형법상 반란죄등으로 금고 이상의 판결을 받은 경우 연금을 지급 하지 않는다 법규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들이 집요하게 군인 연금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돈이 아닌 그 이면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끔 골프모임도 갖는 것으로 보아 생활 형편이 딱한 것 같지는 않다.

첫째 노림수는 명예회복을 위해서 일 것 같다는 분석이다. 어떤 혁명(5.16 혁명을 말하는 듯)은 로맨스이고 자신들의 12,12,는 왜 불륜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리고 12,12 주체가 반란 세력이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받아줄 사람은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을 듯 하다. 둘째는 이들의 나이가 이미 7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사후 문제를 고려 하고 있지 않나 보인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받을 경우 국립현충원에 갈 가능성도 있지만 자신들은 그렇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3년전에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던 안현태 씨는 사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따라서 자신들도 안현태씨 처럼 군인 연금부터 합법성을 인정 받고 다른것들도 차근 차근 인정 받아 가면 전혀 가능성도 없지 않을까하는 기대 심리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국민정서는 이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보수 정권이 잇달아 들어선 것도 그들의 기대를 키웠는지도 모른다.

 한 독설가는 이들을 대한민국의 암 덩어리라고 혹평했다. 그의 말대로 이들이 암덩어리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논설 실장 김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