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거 논설위원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마음이 캄캄하고 막막할 때 불행하다. 마음속을 어둡게 막아 두어도 불행하다. 불행이 밖에서 온다고 여기는 사람은 불행을 이겨낼 수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불행의 늪에 빠질 수도 있고 거기서 나올 수도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불행을 견디고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다. 그 방법이 곧 행복이다.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침 햇살처럼 투명하고 하늘처럼 막힘없이 훤한 마음씨를 누리는 사람이다. 행복은 가벼운 깃털 같고 상큼한 풀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값비싼 보석도 아니며, 샤넬향기도 아니며 예금통장도 아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 그것이 곧 행복이다.

  행복이 호주머니 속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불행하다. 행복이 지위나 권세, 명성에 붙어 있다고 믿는 사람 또한 불행하다. 제 집을 잃어버린 벌처럼 왕왕 거릴 뿐 몸 둘 바를 모르는 사람은 알뜰한 가정이 안겨주는 행복을 모른다. 행복을 거창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행복을 만난 줄 모른다. 행복을 체험하고 누리는 사람은 항상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만난다.

  재물이 행복의 담보가 아니라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행복이 돈으로 팔고 사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다행스럽다. 만일 행복을 돈으로 팔고 산다면 부자는 행복을 누릴 것이고 빈자는 싸구려 행복도 못 살 것이 아닌가. 그러나 행복은 지갑 속에 없다. 오로지 마음속에 달려 있는 행복이어서 귀천이란 없다. 행복의 샘물이 사람의 마음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인가.

  그러나 가난한 사람의 마음은 부유하고 부유한 사람의 마음은 가난하다는 말씀이 얄미울 때가 있다. 부유하면 행복하고 가난하면 불행하다는 생각이 맞는 것 아니냐고 따지고 싶을 때가 허다하다. 그래서 누구나 가난보다는 부유해지기를 바라고 욕심내고 싶어 한다.

  돈이 많으면 살기에 편리한 것은 분명하다. 편리한 삶이 곧 행복일까? 차를 살 수 없어 걸어 다니는 사람보다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 이렇게 물어본다면 분명해질 게다. 형편따라 행복이 있고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생은 행복과 불행을 겹치게 하지만 인간은 불행을 멀리하고 행복을 누리고 싶을 뿐이다.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란 마음이 옹색한 자이다. 마음이 옹색하면 속속들이 천해 보인다. 외복을 잘 꾸몄다고 그러한 천박함이 감추어지지 않는다. 불행할지언정 돼지 같은 행복은 바라지 않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곧 행복의 이웃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황금을 탐했던 한 임금이 무엇이든 만지기만 하면 황금이 되는 행운을 얻었다고 자랑하다가 사랑하는 공주를 만지자 황금덩이가 되어버려 그 임금은 엉엉 울었다는 우화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랑하는 딸을 버리고 황금을 택할 어머니나 아버지가 있을까? 이 세상에 그런 부모는 없다.

  불행의 근원은 행복을 탐하는 바로 거기에 있다. 사나운 탐욕은 무엇이든 행복을 잡아먹는 불가사리 같다. 돈이 많으면 행복이 보장된다고 말하지 말라.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방법은 작은 것에서 발견된다.

  행복은 사소한 것을 사랑할 줄 아는 데서부터 그 싹이 튼다. 그 싹이 마음으로 하여금 고마움을 알게 하는 비밀을 키워준다.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곧 마음의 햇살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마음은 인색하고 인색한 마음은 용서할 줄 모르고 응큼하다. 꽉 닫혀 진 마음은 행복이 싹트지 못하는 불모지와 같다. 행복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사소한 것을 기뻐하고 마음을 열어 훤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