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학원평생교육시설안전공제회 사무국장

정 환 웅 (시인, 법학박사)

수년 전 경기도 소재 놀이공원에 체험학습을 갔다가 집합시간에 1시간 늦은 학생을 인천의 모 중학교 여교사가 체벌하는 영상이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일반인들은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하니, 참 스승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수가 있다.

여기에서 필자의 詩 ‘너나 잘해라’를 통해 잠깐 생각의 시간을 갖기로 하자.

어렸을 적 엄마 말씀 안 듣고, 공부 안 하던 놈이 커서 꼭 제 아이는 심하게 윽박지르더라./

어렸을 적 아빠 말씀 안 듣고, 반항만 하던 놈이 커서 꼭 제 아이는 심하게 두들겨 패더라./

학교 다닐 적 지각하고 개구멍 끼어 다니던 놈이 커서 꼭 제 학생은 사소한 잘못에도 쥐 잡듯하더라./

군대 생활할 적 선임에게 개기고 고문관 노릇을 하던 놈이 고참이 되어서 꼭 제 부하에게는 시어머니 역할 톡톡히 하더라./

사람은 참 저 어렸을 적 잘못은 쉽게 잊는구나./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는구나. 제 허물은 못 보면서 남의 허물만 커 보이는구나./

내가 어려서 그랬더니 오늘날 요 모양, 요 꼴이구나./

내 잘못된 것은 다 부모 탓, 선생 탓, 선임 탓이로다./

그때 나를 좀 때리고 윽박질러서라도 사람을 만들어주지 그랬나?/

그러니 나만이라도 내 새끼 내 학생 내 부하는 제대로 가르쳐 봐야지./

나 원 참! 개구리 올챙이 적 사연을 잊었나? 애써 자기를 합리화하는구나./

야! 너나 잘해라. 아이에게 스스로 본보기가 되어야지. 네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 무릎을 치게 하란 말이야. 이 바보야!/

(작품번호 20100127)

세상에 어려운 직업 중에 교사(참 스승)와 성직자(참 신앙인)가 있다. 둘 다 자신을 희생하는 아가페적 삶을 살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기적 본성을 가진 인간이지만, 이를 억누르고 이타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적 번뇌야말로 그들이 감수해야 할 직업적 숙명이다.

교육은 하나의 인격체이면서 동시에 미성숙자인, 학생들에게 공동체적 삶의 원리와 질서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측면에서 존엄한 존재이고 수치심과 모멸감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또한 미성숙자라는 측면에서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과 징계를 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어느 측면을 강조하느냐의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후자를 위해 전자를 희생할 수는 없다.

교사는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고, 학생은 교사를 믿고 존경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참다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줄탁동시 (啐啄同時) 라는 말이 있다. 탁(啄)은 어미 닭이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도록 돕기 위하여 밖에서 달걀 껍질을 쪼는 것을 말하고, 줄(啐)은 병아리가 달걀에서 밖으로 나올 때 달걀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적기에 스승이 제자와 한 마음이 되어 제자가 배움을 이룩할 수 있도록 도와줌을 말한다. 적기에 줄탁(啐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하며, 어느 한쪽이 빠르거나 늦어도 교육은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는 詩 ‘인생 2막 1장’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장면 1

닭은 그네보다 몇 배나 큰 계란을 낳고, 그 큰 계란으로 한 생명을 만든다./

그네의 조그만 품 속에서 그 큰 생명이 부화하는 것일까?/

계란이 닭을 떠받치고 있는지 닭이 계란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계란 속의 새 생명은 꿈틀거린다./

닭은 생명체를 낳았으되 그것은 그것만으로는 생명이 아니며,/

닭은 생명이 아닌 것을 낳았으되 그것은 하나의 생명체의 싹이다./

깨지는 아픔 없이는 누리지 못하리라. 구르면서 으깨지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하리라./

장면 2

나는 나보다 몇 배나 큰 인생을 짊어지고 그 큰 삶을 나는 살아내고 있다./

내 조그만 가슴 속에서 그 큰 삶은 개화할 수 있을까?/

인생이 나를 끌고 가고 있는지 내가 인생을 끌고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판에 나 안의 또 다른 나가 꿈틀거린다./

나는 살아있으되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생명이 아니며, 인생은 이력서 위에 죽어있는 글씨에 불과한 것이로되 그것은 나를 이끌어 가는 삶의 향도(嚮導)이다. 아니 삶의 족적이다./

뜨거운 눈물 없이는 깨닫지 못하리라. 돌에 걸려 넘어지고 시궁창에 처박히지 않고는 인생을 음미하지 못하리라./

(작품번호 20050219)

현대는 탈권위사회와 권위붕괴사회로 대변되고 있다. 친권이양론이나 훈장님의 회초리로 대변되는 초달문화 (楚撻文化 - 회초리 교육방법)가 역사 속에 묻힌 지도 오래되었다. 앨빈 토플러는 ‘현대를 일컬어 권위가 무너지는 사회’라고 했다.

교육도 ‘교사라는 지위’가 주는 전근대적, 전통적 권위주의나 유사관료적 권위주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교사 스스로 획기적인 의식전환과 함께 시대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탐구정신, 아이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따뜻한 인간미, 인간존중의 박애정신, 매사에 앞장서는 솔선수범의 자세야말로 교사가 지녀야 할 덕목이다. 물론 교사도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교사’는 교사라는 직분 자체가 요구하는 바를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중국 북송의 사마광이 자치통감에서 이르기를 ‘경사이우(經師易遇)나, 인사난우(人師難遇)니라’고 하였다. 즉 ‘경전의 뜻을 푸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인도(人道)를 이끌어 주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 는 말을 참 스승이 되고자 하는 교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교육현장에는 학생의 이기주의적, 안하무인적 행태와 학부모의 극단적 자녀중심적 행태가 만연되어 있다.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교사의 노력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