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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 변화의 추세를 읽다
— 제20차 한‧중 윤리학 국제학술대회 참가기 —
기사입력 2012-04-27 오전 4:56:00 | 최종수정 2012-04-29 오전 4:56:00   


이태건주필(인하대학명예교수)

한‧중 양국의 윤리학회는 1994년 윤리학 및 윤리교육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류를 통하여 양국 간의 우의를 증진시키고 양국의 학문 발전과 교육 창달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학술 교류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 후 19년 동안 매년 양국을 오가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4월 23-24 양일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제20차 한‧중 윤리학 국제학술대회가 <현대사회와 윤리문제>라는 대주제 아래 열렸다. 중국윤리학회를 대표하는 42명의 학자들과 경향 각지에서 모인 100여명의 한국윤리학회 회원들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한‧중 양국의 윤리학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설 현대한국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후원하였다. 필자는 초창기부터 회장단의 일원으로 이 교류에 꾸준히 참여하여 왔는데,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하면서는 특별히 감회가 깊었다.

양국이 똑같이 뚜렷한 세대교체를 이루어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중국 대표단의 경우 여성학자들의 참가 비율이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총 42명의 대표단원 가운데 여성학자가 22명으로 반을 넘은 것이다.

순춘첸 중국윤리학회 비서장에 의하면, 윤리학 분야에 종사하는 중국학자들 사이에서 한‧중 윤리학 국제학술대회의 인기는 매우 높다고 한다. 특히 이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는 경우 그 관심은 전국적으로 거의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참가를 원하는 학자가 너무 많이 몰리게 되자, 중국윤리학회는 각 지역별로 미리 논문 원고를 응모 받은 다음, 철저한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엄선한다고 한다. 이렇게 미리 걸러져서 그런지, 한국에서 개최되는 학술회의에서 발표되는 중국학자의 논문들은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이다.

이번 학술대회의 발표논문집은 무려 1,136쪽의 분량 속에 총 65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이 양적인 풍성함만으로도 20차를 이어 온 양국 윤리학회 간의 학술 교류가 얼마나 알차게 성장해 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발표되는 논문들의 주제가 다양할 뿐 아니라, 그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며 그 논조가 무척 자유분방해졌다는 점이다. 이번에 중국학자들이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서 교류의 초기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민감한 주제와 내용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중국사회의 치부(恥部)라고 여겨지는 측면까지도 들춰내어 논구(論究)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논문도 몇 편 보이는데,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예만 들어보아도 대략 다음과 같다.

우선 절강공상대학 첸쇼우칸 교수의 <시민사회의 발달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논문이 주목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민주정치의 근저를 이루는 개념으로서, 사회 민주화의 진도를 가늠하는 기본척도이기도 하다. 중국을 대표하여 참가한 학자가 이런 주제의 논문을 한국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는 사실은 4-5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북사범대학 얀시동 교수의 <사회권력 행사의 기본원칙 : 정당성>이라는 논문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된다. 권세자들이 권력을 행사할 때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최근 중국사회에서 학자들의 언로(言路)가 상당히 넓게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재경정법대학 샤오귀샹 교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현상의 사회윤리적 효능>이라는 논문에서, 오늘날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가 재정 규모는 증대일로에 있고 국영 기업의 이윤은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하여, 국민 개개인이나 가정 내지는 사기업들의 형편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에 대한 사회윤리적 처방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호남이공학원 팽바이린 교수는 <당대 중국의 공익‧자선 사업 분야에 있어서의 윤리문제>라는 논문에서, 오늘날 공익이나 자선을 목적으로 모금운동을 벌여 모은 기금을 운영하는 공공사업 기구의 운영과정에서 발견되는 여러 형태의 불투명성을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사회윤리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북경과학기술대의 마샤오얀 교수는 <거주 분화 현상과 공간 정의의 연구>라는 논문에서,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함께 확산되고 있는 도시화와 핵가족화 과정에서 야기되는 거주 분화 현상에 주목하면서, 공간 배분의 정의 문제에 윤리학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1970년대 말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특유의 경제체제를 수립하고, 개혁‧개방을 통하여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치의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정의의 실현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는 것은 필연의 추세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윤리학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중국학자들의 논문 속에서 그러한 중국사회 변화의 추세를 읽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학술대회가 거둔 성과 중에서도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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