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은 안전한 상황이 못 되는데 안전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전의식 불감증(安全意識不感症)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사고가 날 염려가 없다는 생각으로 감각이 둔해지거나 익숙해져서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되는 일을 말한다. 설마 내가 어떻게 되겠냐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자신이 사고를 절대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안전 불감증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언론과 주변에서 자주 접하고 목격하는 크고 작은 사고를 끊임없이 경험하면서도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안전 불감증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형 인명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며 안전사고의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안전 불감증은 시시때때로 우리들의 생명까지 넘보고 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사망 502명 부상 907명 실종 6명 삼풍백화점은 멀쩡히 서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우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며 수개월에 걸쳐서 서서히 조금씩 붕괴가 진행된 것이다. 안전점검을 한 결과 붕괴위험 진단이 나왔지만 무시했다고 한다. 영업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건물 파손 상황을 알리지 않았고 설마 건물이 무너지겠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2003년 2월 15일 호남선 작업인부 참사역시 철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던 공사 업체 직원 7명이 사망한 사고로 시속 100㎞가 넘는 무궁화열차가 달려오자 인부들이 선로 밖으로 대피했으나 높은 담으로 둘러 싸여 있어 열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가 난 구간은 거의 매일 작업이 이뤄지는 구간으로 상호 승인절차 없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안전 불감증이 이런 참변을 부른 샘이다.

최근 청주 엘지화학 폭발사고와 구미불산 누출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대형 사고에는 항상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피해가 따랐고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지난 사고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고 이에 우 리는 경각심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 야 할 것이다

또한 안전 불감증은 뉴스나 신문에서만 나오는 대형 사고에 국한 되어 있지 않고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작지만 가스레인지의 밸브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횡단보도를 건널 때 좌우를 한 번 더 살피는 것,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 등에서의 비상조치요령을 한번쯤 읽어봄으로써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도면 되겠지?’ 빨리빨리, 라는 대충주의나 안전하지 못한 현장을 보고도 ‘괜찮겠지?’라는 의식, 그리고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의식을 버리고 ‘사고는 언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으로 우리 모두가 생활하여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조금이나마 사라지길 바란다.

                                       지방소방교 김선곤